마음먹고 북쪽에서 남쪽으로, 공중 보행로를 따라 걸으면서 세운상가(정확히는 청계상가, 대림상가, 진양상가 등을 포괄하는 세운상가군)를 둘러보기로 했다. 늦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날이었다. 건물 측면에 설치된 공중 보행로를 걷다 건물 안으로 이어진 통로를 따라 저층부의 상점가로 들어선다. 오밀조밀 모인 상점들을 지나 건물의 남쪽 끝까지 가 계단을 오른다. 예전에는 주거 공간이었으나 지금은 주로 사무실로 쓰이는 상층부의 아파트 구역으로 진입해 다시 건물의 북쪽 끝까지 걸으며 중정 공간을 지난다. 다시 남쪽으로 방향을 틀어 걷다가 계단을 내려와 공중 보행로로 돌아온다. 계속 걸으며 같은 여정을 반복한다. 멀리서 보면 세운상가는 각진 기차와 같은 모양이다. 다양한 크기의 직육면체 블록을 쌓아 만든 것 같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