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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란한 은빛 보물: 상하이역사박물관 소장품 특별전

- 찬란한 은빛 보물: 상하이역사박물관 소장품 특별전 - 서울역사박물관 기획전시실B, 2023.6.2~8.27- 글 발행일 이전 종료 전시 ○ 상하이와 서울시의 교류 사업 차원에서 기획된 전시인 듯. 상하이역사박물관 소장 은기 100여 점 전시. 전시 볼륨은 그렇게 크지 않았다. 서울역사박물관은 외국 뮤지엄(주로 아트 뮤지엄이 아닌)들과 종종 교류 전시를 여는데, 재밌는 전시가 꽤 많음. ○ 전시 설명문 등을 모두 중국 측에서 작성한 것을 번역만 해서 사용한 듯했다. 그러다 보니 한 국가 기관이 자국 문화를 소개할 때 자주 사용하는 과장법 때문에 은기 공예가 중국이나 상하이 공예사에서 얼마나 큰 비중을 차지하는지와 같은 내용을 객관적으로 파악하기는 어려웠음. ○ 고대부터 근대까지 다루고 있..

전시 하이킹 2025.04.22

마카오 핸드오버 기프트 뮤지엄

- 마카오 핸드오버 기프트 뮤지엄 상설 전시- 2024년 10월 관람 ○ 마카오 여행 숙소 주변에 뭐가 있나 검색해 보니 근처에 뮤지엄 두 곳이 있었다. 마카오 미술관(Macao Museum of Art)과 한자로는 ‘마카오 회귀 선물 진열관(澳門回歸賀禮陳列館)’으로 표기되는 마카오 핸드오버 기프트 뮤지엄(Handover Gifts Museum of Macao, 이하 핸드오버 뮤지엄). 직접 가서 보니 두 박물관이 위치한 구역 일원이 문화 예술 특구 같은 공간으로 조성된 듯했다. 두 박물관 옆에는 마카오문화센터(The Macao Cultural Centre)라는 문화 관련 기관도 있다. ○ 숙소 인근이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곳이 아닌데다, 두 뮤지엄도 딱히 관광지로 주목받는 곳은 아니어서 인터넷에 정보가..

전시 하이킹 2025.04.21

수묵별미(水墨別美): 한 · 중 근현대 회화

- 수묵별미(水墨別美): 한 · 중 근현대 회화 -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 2024.11.28~2025.2.16- 글 발행일 이전 종료 전시○ 국립현대미술관과 중국미술관이 공동으로 개최한 전시. 작가 145명(한국 69명, 중국 76명)의 작품을 걸었으니, 전시 공간이 그리 크지 않은 것을 고려하면 작품 밀도가 꽤 높았다.  ○  두 나라 작품을 섞어서 전시한 것은 아니고, 아예 중국 작품 따로, 한국 작품 따로 공간을 나누고, 각 나라 작품을 시대 기준으로 한 번씩 더 나눠 4개 전시실에 작품을 배치했다.  ○  근현대기는 수묵화로 대표되는 동아시아 전통 회화가 큰 변화 없이 수 천 년간 유지해 온 전통에 커다란 균열이 간 시기라고 할 수 있음. 근현대기 두 나라 주요 작가의 작품들을 선보이는 동시에 ..

전시 하이킹 2025.03.31

마카오의 풍경

입면이 평평한 한국 아파트와는 달리 마카오의 아파트에는 수많은 창문과 발코니가 전자 기기의 버튼처럼 돌출되어 있다. 이들의 모양도 제각각이다. 반원과 타원형을 기본 모티브로 삼아 변주된 형태가 다양하다. 적어도 20년은 넘긴 듯한 건물이 대부분이다. 건물마다 빈틈없이 들어찬 창문에서 최대한 세대 수를 늘리고자 한 의지가 보인다. 마카오의 인구 밀도는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한다. 밖에서 봐도 좁은 집에서 사람과 세간이 복작대는 일상이 그려진다. 건물 입면이 햇빛을 받으면 입체적인 구조 때문에 여기저기에서 그림자와 반사광이 피어난다. 혼란스럽고 아름답다. 일정 탓에 마카오 반도에 위치한 유적은 거의 둘러보지 못했다. 오전에 세나도 광장 인근과 세인트폴 성당 정도만 구경했는데, 여행 기간이 중국 국..

유물 하이킹 2025.02.10

세운상가, 신기루는 사라지고

마음먹고 북쪽에서 남쪽으로, 공중 보행로를 따라 걸으면서 세운상가(정확히는 청계상가, 대림상가, 진양상가 등을 포괄하는 세운상가군)를 둘러보기로 했다. 늦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날이었다.   건물 측면에 설치된 공중 보행로를 걷다 건물 안으로 이어진 통로를 따라 저층부의 상점가로 들어선다. 오밀조밀 모인 상점들을 지나 건물의 남쪽 끝까지 가 계단을 오른다. 예전에는 주거 공간이었으나 지금은 주로 사무실로 쓰이는 상층부의 아파트 구역으로 진입해 다시 건물의 북쪽 끝까지 걸으며 중정 공간을 지난다. 다시 남쪽으로 방향을 틀어 걷다가 계단을 내려와 공중 보행로로 돌아온다. 계속 걸으며 같은 여정을 반복한다.   멀리서 보면 세운상가는 각진 기차와 같은 모양이다. 다양한 크기의 직육면체 블록을 쌓아 만든 것 같은..

유물 하이킹 2024.10.18

또 다른 진화가 있다, 그러나 이에는

- 또 다른 진화가 있다, 그러나 이에는- 아니카 이(Anicka Yi)- 리움미술관, 2024.9.5~12.29 ○ 한국계 미국인 작가. 여성. 1971년생. 영화를 공부하고 패션 업계에서 일하다 30대 중반부터 본격적으로 작가 활동을 시작했다고 함.  ○ 작가의 이력에서도 엿보이지만, 제한된 소재와 영역을 반복해 탐색하면서 조금씩 변화를 추구하기보다는, 다양한 영역에 호기심을 갖고 이를 거리낌 없이 끌어안으면서 작품 세계를 넓혀 나가는 유형의 작가로 보임.  ○ 2022년에 작가와 전속 계약을 맺은 외국계 갤러리(글래드스톤)에서 한국 첫 개인전을 열었고, 이번 전시가 아시아에서 여는 첫 미술관 개인전이라 함.  ○ 조형적인 측면에서 간략하게 작업 세계를 정의하면, 기이하면서도 아름다운 세계. 조형적으..

전시 하이킹 2024.09.23

메종 투 메종 2024: 모르는 한국

- 메종 투 메종 2024: 모르는 한국- 정동1928아트센터, 2024.8.30~9.6- 글 발행일 이전 종료 전시 ○ 《메종 마리끌레르》 잡지사가 주최한 전시. SNS에서 소식을 접했는데, 어떤 전시인지 궁금했다. 기본적으로는 가전, 가구, 생활 잡화 브랜드의 제품과 미술품을 한 공간에 배치해서 쇼룸처럼 보여주는 콘셉트.  ○ 미술품으로는 고가구, 나전공예품, 목공예품, 도자기 등의 고미술품과 이우환, 이수경, 이배 작가 등의 평면과 조각 작품이 있었다.  ○ 고미술품 중에서 처음 보는 종류의 것들이 있어서 흥미로웠다. 조선철(朝鮮綴)과 지직화(紙織畫)라는 것인데, 조선철은 깔개, 담요, 휘장 등으로 쓰인 직물 공예품이고, 지직화는 공예 기법으로 만들어진 회화 정도로 설명할 수 있다. 공예 쪽이야 워..

전시 하이킹 2024.09.10

이 땅에 숨 쉬는 모든 것을 위하여

- 이 땅에 숨 쉬는 모든 것을 위하여, 정영선 -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7전시실 외,  2024.4.5~9.22  ● 한국 최초의 여성 조경가라는 타이틀을 가진 작가. 1941년생. 아마도 조경가로서는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최초로 개인전을 연 인물일 듯. 국현에서 조경을 다룬 전시도 처음인 듯하고. 다른 곳에서도 조경가의 전시를 본 기억은 없다.  국립현대미술관에서 2010년대 들어 건축을 다루기 시작한 데 이어 산업 디자인과 같이 기존의 미술사에서 잘 다루지 않거나, 부각하지 않았던 장르들을 다루고 있는데, 이 전시 역시 이 같은 흐름의 연장선 위에 있는 듯. 반가운 일이다.● 작가는 1980년대 중반까지는 학계에 있다가 87년에 서안이라는 조경설계 업체를 설립하면서 본격적으로 조경 작업에 뛰어듦. 현재까..

전시 하이킹 2024.09.09

한국 근현대 자수: 태양을 잡으려는 새들

한국 근현대 자수: 태양을 잡으려는 새들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 2024.5.1~8.4글 발행일 이전 종료 전시오후 4시가 조금 넘어서 갔는데, 덕수궁 전시에 그렇게 사람이 많은 것 처음 봄. 예약 없이 방문해 현장에서 티켓을 구매하는 사람들 때문에 입장 대기 줄이 생겼을 정도. 전시실 4곳 모두 줄 서서 작품들을 봐야 할 정도로 사람들로 가득했다. 돌아다니기 부담스러울 정도로 기온이 무척 높은 날이었는데도 그랬다. 최근 국현 전시의 일반적인 상황인 것인지, 근대 자수라는 주제가 사람들의 이목을 끌어서 그런 것인지, 전시 마지막 날인 데다가 일요일인 점까지 겹쳐서 사람들이 몰린 건지, 정확한 원인은 모르겠으나, 예상보다 훨씬 많은 인파에 놀랐음.  전시 해설문에서 ‘자수 실천’이라는 단어가 반복되어 사용..

전시 하이킹 2024.09.04

이신자, 실로 그리다

'이신자, 실로 그리다', 이신자국립현대미술관 과천 1원형전시실, 2023.9.22~2024.2.18 글 발행일 이전 종료 전시1930년생 섬유미술가. 태피스트리를 한국에 거의 처음 소개한 작가인 듯. 알고 보니 부군이 장운상 화백. 전시장에서 상영되는 인터뷰 영상을 언제 촬영한 건지 모르겠는데, 고령임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정정하셔서 놀랐다. 초기작도 단순한 자수 작품이 아니라 ‘실로 그렸다’라는 표현이 수사가 아님을 알려주는 작품들. “천 위에 밑그림을 그리고 크레파스나 안료를 칠하거나 아플리케하여 자수와 염색을 하나의 화면에 담았다”. 섬유미술 작품에 대해 아는 바가 없어서 정확히 위치 지울 순 없지만, 자수라기보다는 ‘직물을 이용한 평면 작업’이라고 묘사하는 게 정확할 듯. 처음에는 자수하는 분들로..

전시 하이킹 2024.09.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