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신자, 실로 그리다', 이신자
- 국립현대미술관 과천 1원형전시실, 2023.9.22~2024.2.18
- 글 발행일 이전 종료 전시
- 1930년생 섬유미술가. 태피스트리를 한국에 거의 처음 소개한 작가인 듯. 알고 보니 부군이 장운상 화백. 전시장에서 상영되는 인터뷰 영상을 언제 촬영한 건지 모르겠는데, 고령임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정정하셔서 놀랐다.
- 초기작도 단순한 자수 작품이 아니라 ‘실로 그렸다’라는 표현이 수사가 아님을 알려주는 작품들. “천 위에 밑그림을 그리고 크레파스나 안료를 칠하거나 아플리케하여 자수와 염색을 하나의 화면에 담았다”. 섬유미술 작품에 대해 아는 바가 없어서 정확히 위치 지울 순 없지만, 자수라기보다는 ‘직물을 이용한 평면 작업’이라고 묘사하는 게 정확할 듯. 처음에는 자수하는 분들로부터 비판을 많이 받았다고.
- 색 배열 등에서 미국 인디언 공예품과 같이 토속적인 이미지를 자아내는 작품이 많았음. 샘플로 참고한 게 그런 작품들 아니었을까 추측.
- 실을 풀고, 뜯고, 풀고 하면서 전체적인 화면을 구성했고, 다양한 바느질 기법에 따라 화면에 각기 다른 텍스처를 만들어 냄.
- 후기작으로 갈수록 확실히 화면이 정돈된 느낌.
- 눈에 띄게 인상적인 작품이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전반적으로 작품들이 기본적인 조형미를 갖추고 있었고, 작가가 오랜 기간 조금씩 스타일을 바꿔가면서 성실하게 작업을 이어온 탓에 대규모 전시 하나를 꾸리기에는 충분한 라인업이 구성될 수 있었음. 섬유 미술 개인전을 처음으로 보다 보니 작품 하나하나 뜯어보는 재미도 상당했다.
- 원형 전시장 중앙 지점에는 작가가 한강 변의 서울 풍경을 파노라마 화면으로 구성한 <한강, 서울의 맥>이 둥근 기둥을 따라 전시됨. 스푸마토 기법을 쓴 것처럼 뿌연 화면이 인상적이긴 한데, 그러다 보니 실물은 다소 힘이 떨어지는 느낌이 있고, 사진으로 찍은 모습이 조금 더 선명해서 보기에 좋았다 .
- 태피스트리를 짤 때 날실(세로)을 먼저 죽 세팅해 놓고 씨실(가로)을 날실 사이사이에 넣으면서 직조함. 실제 작업 장면을 촬영한 영상을 보니 프로세스를 잘 이해할 수 있었다. 색이 다른 씨실을 쓰면서 작가의 의도대로 화면을 표현하는 것.
- 원로 작가가 되었거나 작고한 많은 한국 현대 작가들이 그렇듯 작가의 주제 의식이 소략한 점은 아쉽다. 이를 작품 세계 전반에 대한 평가에 어떤 비중으로 반영해야 할까. 시대의 한계라고 생각해야 할까. 엉뚱한 이야기이지만, 소설가 박경리 선생(1926년생)이 참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https://www.mmca.go.kr/exhibitions/exhibitionsDetail.do?exhFlag=2&exhId=20230331000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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