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또 다른 진화가 있다, 그러나 이에는
- 아니카 이(Anicka Yi)
- 리움미술관, 2024.9.5~12.29
○ 한국계 미국인 작가. 여성. 1971년생. 영화를 공부하고 패션 업계에서 일하다 30대 중반부터 본격적으로 작가 활동을 시작했다고 함.
○ 작가의 이력에서도 엿보이지만, 제한된 소재와 영역을 반복해 탐색하면서 조금씩 변화를 추구하기보다는, 다양한 영역에 호기심을 갖고 이를 거리낌 없이 끌어안으면서 작품 세계를 넓혀 나가는 유형의 작가로 보임.
○ 2022년에 작가와 전속 계약을 맺은 외국계 갤러리(글래드스톤)에서 한국 첫 개인전을 열었고, 이번 전시가 아시아에서 여는 첫 미술관 개인전이라 함.
○ 조형적인 측면에서 간략하게 작업 세계를 정의하면, 기이하면서도 아름다운 세계. 조형적으로 완전히 독창적이라고 할 만한 요소는 마땅치 않지만, 생물학, 화학, 불교, 디지털 알고리즘, 네트워크, 생태계 등의 개념을 조합해 그럴듯한 서사로 조형 세계를 떠받친다.
○ 박테리아를 배양해서 작품에 직접 활용하기도 하고(이번 전시에서도 <또 다른 너>라는 신작으로 박테리아 작품을 선보임), 이전 작업에서는 실제 여성의 몸에서 채집한 체액을 활용해 작품을 만들기도 했다고.
○ 연출에 능한 작가라는 인상을 받았다. 사람들이 즉각적으로 흥미를 느낄만한, 미디어에서 다루기 좋은 화제성을 가진 재료들로 작품을 제작하고, 최신 기술과 과학, 생태계와 같은 주제(알아듣기 쉽지 않지만, 외면하기도 힘든 이야기들)를 아무렇지 않게 던진다.
○ 동시에 조형적으로는 상당히 섬세하게 접근해서 균형을 맞춘다. 기이하지만 혐오스럽지는 않은 형상들. 낮은 조도의 빛과 낮은 채도의 색을 사용해 음울하면서도 세련된 분위기를 연출한다. 들릴 듯 말 듯 한 소리와 물에 비친 작품의 그림자, 물의 파동, 기계 장치의 조용한 움직임, 은은한 광택, 수수께끼와 같은 작품 제목. 감각을 자극하는 요소들을 곳곳에 배치해서 파고든다. 향도 쓴다는 것 같은데, 개인적으로 후각이 둔해 확인은 못 함.
○ 설치 작도 다 흥미롭게 봤지만, <Flavor Potentiator>와 같은 평면 작이 특히 아름다웠다. <섬의 가능성 Ⅲ>라는 유리병 작품도 아름다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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