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tterrissage(착륙), Sheila Hicks(셰일라 힉스)
- 에스파스 루이비통 서울, 2024.4.30~9.8
- 전시품이 단 3점이다. 전시 공간 자체가 그리 넓지 않은데다 작품들 크기가 크다 보니 공간을 꽉 채운다. 모두 설치작이고, 루이 비통 재단 소장품.
- 전시 타이틀과 동명인 <Atterrissage(착륙)>, <Another Break in The Wall(벽 속의 또 다른 틈)>, <Bâtons de Parole(토킹 스틱)>, 이렇게 3점.
- 작가의 작품은 인터넷에서 이미지로만 봤는데 한 번쯤 실견하고 싶었다. 작가는 직물이 길게 늘어져 있거나 작은 산을 이루며 쌓여있는 대형 설치작으로 잘 알려져 있는데, 사진으로만 봐도 거대한 크기와 채도 높은 색상이 결합해 작품이 에너지를 내뿜는 느낌을 받음. 어떤 작품은 그로데스크한 분위기도 풍겼다.
- 전시작들을 보면 작가는 굵은 실을 꼬아서 긴 밧줄 형태를 만들거나, 면, 리넨, 아크릴 섬유 등의 직물을 한 데 뭉친 다음 철사(?) 같은 걸로 그물처럼 겉을 싸맸다. 꼭 메주 같기도 하고, 마른 찰흙 덩어리 같기도 하고, 두툼한 보이차 편 같기도 하다. 실제보다 무게감과 부피감이 더 많이 느껴지는 것.
- 작가는 놀랍게도 34년생. 정말 긴 시간 동안 작업을 이어오며 거장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는 셈. 여성, 마이너, 공예, 제삼세계와 같은 키워드와 친연성이 강한 직물로 작업하면서 그러한 키워드를 적절한 수위로, 능숙하게 잘 구현해 온 듯하다.
- 실제로 전시장에서 본 작품들에서는 기대만큼 강한 인상을 받지는 못함. 전시장을 나와서 왜 그랬을까 생각해 봤는데, 무엇보다 좁은 공간에 작품들을 배치하다 보니, 작품과 충분한 거리가 확보되지 않아서 그런 것 같다. 화이트 큐브 안에 놓인 형형색색의 거대한 설치작을 멀리서 조우했을 때 경험할 수 있는 강렬한 시각 체험이 누락되다 보니, 이미지로 봤을 때만큼 작품이 압도적이지는 않았다.
- 또, 동글동글한 직물 뭉치(?)를 산처럼 쌓아 놓은 <Another Break in The Wall> 과 같은 작품은 각진 모서리의 전시 공간을 부드럽게 무너뜨리는 듯한 효과가 매력적인데, 전시에서는 공간 문제로 그러한 점을 느끼기 어려웠음.
- 전시 공간은 유리판으로 뒤덮인 발코니 공간으로 이어지는데, 이곳에서는 루이 비통 재단의 활동을 소개하는 콘텐츠를 만날 수 있다. 파리의 루이 비통 재단 미술관 모형, 미술관에서 진행한 전시 소개 영상, 출간 서적 등.
- 2월에 열린 <이신자, 실로 그리다>, 최근에 끝난 <한국 근현대 자수> 전시를 떠올리게 되는데, 이신자 작가도 1930년생으로 힉스와는 같은 세대 작가. 두 전시를 비교해서 살펴 보면 여러모로 흥미로울 듯.
https://kr.louisvuitton.com/kor-kr/magazine/articles/espace-louis-vuitton-seo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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