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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신자, 실로 그리다

'이신자, 실로 그리다', 이신자국립현대미술관 과천 1원형전시실, 2023.9.22~2024.2.18 글 발행일 이전 종료 전시1930년생 섬유미술가. 태피스트리를 한국에 거의 처음 소개한 작가인 듯. 알고 보니 부군이 장운상 화백. 전시장에서 상영되는 인터뷰 영상을 언제 촬영한 건지 모르겠는데, 고령임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정정하셔서 놀랐다. 초기작도 단순한 자수 작품이 아니라 ‘실로 그렸다’라는 표현이 수사가 아님을 알려주는 작품들. “천 위에 밑그림을 그리고 크레파스나 안료를 칠하거나 아플리케하여 자수와 염색을 하나의 화면에 담았다”. 섬유미술 작품에 대해 아는 바가 없어서 정확히 위치 지울 순 없지만, 자수라기보다는 ‘직물을 이용한 평면 작업’이라고 묘사하는 게 정확할 듯. 처음에는 자수하는 분들로..

전시 하이킹 2024.09.04

착륙, 셰일라 힉스

Atterrissage(착륙), Sheila Hicks(셰일라 힉스)에스파스 루이비통 서울, 2024.4.30~9.8전시품이 단 3점이다. 전시 공간 자체가 그리 넓지 않은데다 작품들 크기가 크다 보니 공간을 꽉 채운다. 모두 설치작이고, 루이 비통 재단 소장품. 전시 타이틀과 동명인 , , , 이렇게 3점.작가의 작품은 인터넷에서 이미지로만 봤는데 한 번쯤 실견하고 싶었다. 작가는 직물이 길게 늘어져 있거나 작은 산을 이루며 쌓여있는 대형 설치작으로 잘 알려져 있는데, 사진으로만 봐도 거대한 크기와 채도 높은 색상이 결합해 작품이 에너지를 내뿜는 느낌을 받음. 어떤 작품은 그로데스크한 분위기도 풍겼다.   전시작들을 보면 작가는 굵은 실을 꼬아서 긴 밧줄 형태를 만들거나, 면, 리넨, 아크릴 섬유 등의..

전시 하이킹 2024.09.04

종묘에서

이야, 덥다. 더위가 절정으로 향하는 계절인데 해가 뜬 시간을 피하지 못했다. 종로 거리에서 바라보면 종묘로 향하는 길은 물줄기처럼 부드럽게 휘어 있다. 사정없이 파고드는 햇살을 피해 저벅저벅 곡선을 걸어 다가간다.  번잡한 종로의 공기를 뒤로 하고 외대문(外大門)을 지나 경내로 들어선다. 왕과 세자, 신(神)이 가는 길이 따로 있다. 고민하다 아무런 함의가 없는 흙바닥을 밟는다. 나무, 새 소리, 가벼운 바람, 길을 따라 트인 시야, 많지도 적지도 않은 사람들, 분주히 행선지를 찾는 관광객의 시선. 아직 일상의 열기를 떨구지 못했는데 다른 세계로 훅 떠밀려 들어온 기분이다. 2024년 8월 현재 보수 공사를 하고 있어 온전히 그 모습을 볼 수 없지만, 정전(正殿)의 정면을 마주하는 일은 한국 유물의 조..

유물 하이킹 2024.09.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