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onald Judd: Furniture
- 현대카드 스토리지(서울시 용산구 이태원로 248)
- 2025.11.27~2026.4.26
○ 미니멀리즘을 대표하는 작가로 알려진 도널드 저드가 디자인한 가구를 모은 전시. 전시 공간의 구조상 네 섹션으로 나뉘긴 하는데, 각 섹션에 눈에 띌 콘셉트를 부여한 것은 아니다. 타이틀에서도 알 수 있듯 전시 자체에도 특정한 콘셉트나 상징적인 개념을 활용하지 않았고 특별한 공간 연출도 없다. 작가의 작품 세계를 고려하면 자연스러운 일인데, 덕분에 전시가 좀 심심하게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판화와 드로잉 몇 점도 함께 나왔다.







○ 왜 저드를 비롯한 작가들이 가구 디자인에 관심을 보일까 마음대로 생각해 보면, 건축 관련 지식이 없어도 설계할 수 있는 입체 구조물이라는 점이 한 이유가 될 것 같고, 일상생활과 분리할 수 없는 사물이라는 점도 이유가 될 것 같다. 매일 만지고 보는 오브제일 뿐만 아니라 생활 공간의 감각적인 인상을 좌우하는 요소이고, 생활 철학을 드러낼 수 있는 장치이기도 하다. 저드가 꼭 이 같은 이유로 가구를 디자인했으리라는 건 아니다. 전시된 가구를 보면, 그는 조형 작업의 영역을 확장하려는 목적으로 가구 디자인을 시도한 것 같다. 자신이 쓰는 가구는 직접 디자인하고자 하는 욕구도 컸던 것 같고.
○ 전시에 나온 모든 가구는 직선과 사각형의 면, 육면체의 조합이다. 저드는 선과 선의 간격, 입면의 크기와 위치, 공간 분할 등을 조금씩 조정하며 다양한 가구를 디자인했다. 모든 가구에 곡선으로 된 부분이 없고, 장식 요소랄 것도 없다. 생활에 쓰이는 가구라기보다는 마치 공작 완구 같은 조립식 구조물로 보인다. 전시된 가구에서 사용감이 느껴지지 않고, 특별한 연출 요소 없이 배치되어 있어서 더 그렇게 보인다.
○ 저드가 특별히 실용성이나 기능성을 고려한 것 같지는 않다(물론 저드 자신의 관점에서의 실용성을 고려했을 수는 있다). 일례로 많은 선반이 너무 깊게 뚫려 있어서 물건을 편리하게 넣고 빼기는 어려워 보였다. 저드가 디자인한 가구에서는 서랍을 찾기 어려운데, 전시작 중 단 하나에만 서랍이 있었다.
○ 저드가 직접 제작까지 하진 않았고, 가구 제작자에게 의뢰해서 자신이 설계한 가구를 만들었다고 한다. 목재로 된 것이 가장 많았고 일부 가구는 알루미늄, 철, 황동 등 금속으로 만들어졌다.








○ 저드와 관련된 서적도 몇 권 비치되어 있는데, 한 책에서 저드가 실제로 생활했던 공간에 놓인 가구 사진을 볼 수 있었다. 자연광이 들어오는 공간에 생활 소품과 함께 놓인 모습을 보니 전시장에서 보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느낌을 준다. 전시에도 나온 거대한 테이블과 의자 세트는 종교 제단같이 엄숙한 느낌을 주고, 난로 옆에 놓인 데이베드(침대 겸용 의자)는 아늑해 보인다. 현장에서 책을 자세히 보지 않았는데, 사진들을 좀 더 살펴볼 걸 그랬다.


○ 전시에 나온 판화를 보면 저드는 가구를 디자인할 때 했던 것처럼 다양한 양상으로 조형 요소를 결합하는 작업을 반복했다. 선의 길이와 굵기, 위치, 색상의 조합, 선과 면의 관계를 편집증적으로 변주했다. 제삼자가 보기에는 이런 작업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짐작하기 어렵지만, 무심하게 보다 보면 어느새 또 홀린 듯 보게 된다.














○ 변형과 반복을 거듭하는 조형 요소의 조합을 보면서 리듬과 안정감을 느끼기도 하고, 세상사 배면에 놓여 있음 직한 단순한 진리 같다는 엉뚱한 생각도 한다. 전시장에 놓인 가구들을 멀찍이서 한눈에 담아 보면서도 그런 생각을 했다.
○ 전시는 4월 26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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