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시 종로구 북촌로 12길 35-8(양유당)
- 2025.10.18~11.16
○ 일본 건축가 나카무라 요시후미의 작업 세계를 소개하는 작은 전시. 건축물, 가구, 그릇 및 조명과 같은 생활 소품, 저서 등을 선보인다. 북촌에 위치한 양유당이라는 한옥에서 전시가 열린다. 전시 공간이 10평 남짓 될까 싶다. 전시 소개 영상에서 작가는 “40년 이상의 일을 요약했다”고 말한다.

○ 나카무라 요시후미(1948~)는 ‘주택건축가’로 자신을 소개한다. 1981년부터 레밍하우스(lemminghouse)라는 건축사무소를 운영하고 있으며, 건축 설계뿐 아니라 가구 및 생활 소품 디자인, 저술 활동을 펼쳐 왔다.
○ 전시 기획 전반을 건축가가 직접 한 것으로 보인다. 전시 안내 리플릿의 작품 소개 문구도 직접 작성했다. 리플릿을 그냥 손에 쥔 채로 전시를 봐서 나중에야 읽어 봤는데, 친근한 어투로 이해하기 쉽게 적어 놓아 전시를 볼 때 같이 봤으면 훨씬 좋았겠다 싶다.

○ 개별 전시물에 대해서는 할 말이 많지 않다. 시시하거나 격이 떨어져서가 아니라(다 탐나는 것들이다) 건축물도 그렇고 가구나 소품도 그렇고, 유난스러운 것이 없다. 토끼 얼굴 모양을 한 유아용 의자 정도가 특이하다.
○ 전시 동선 마지막에 2개의 영상을 볼 수 있는데, 그중 하나는 건축가가 자신이 설계해 거주하는 작은 집에서 단출하게 식사하고, 접이식 침대를 펴 잠자리를 준비하는 모습을 담은 4분짜리 영상이다. 보면서 전구에 불이 들어오는 것처럼 '이 사람에게는 일상과 작업이 분리되는 것이 아니구나'라고 실감했다. 좀 엉뚱하게도, 요새 하도 여기저기서 쓰여서 정체가 불분명한 라이프스타일이란 단어가 떠올랐다. 건축가의 간소한 일상을 보고 나니 퍼즐이 한 번에 맞춰지듯 전시에 대한 감상이 정리된다.
○ 전시 제목이 ‘보통이라서 더 좋은’이다. 건축가는 자신의 작업 세계가 참신하거나 독창적인 것은 아니지만,자신은 서민의 일상에 맞춘 주택을 정성스럽게 설계한다면서, 보통이라는 단어에는 ‘흔하다, 평범하다’라는 의미뿐만 아니라 ‘다루기 쉽다, 수수하다, 진실되다’와 같은 긍정적인 뉘앙스가 있다고 설명한다.
○ 모두 그의 작업 세계에 붙일 수 있는 수식어들이긴 하다. 설계를 위한 설계, 디자인을 위한 디자인을 지양하고, 일상에 필요한 기능에 충실하며, 군더더기 없이 간결한 것들. 억측을 더해 덧붙이자면, 그는 본질주의자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주택의 본질, 일상을 이루는 환경이나 행동의 본질에 집중하고, 그 본질에 필요하지 않거나 어울리지 않는 것이라면 미적인 것이든, 기능적인 것이든 깎아내려 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삶에도 적용되는 원칙이다.
○ “원룸 주택의 플랜은 매우 단순해야 합니다. 더구나 기능적이고 합리적이지 않으면 주택으로서 성립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거기서 영위되는 생활 또한 간소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점입니다.”*
○ 책을 많이 냈다. 전시장에도 진열되어 있는데 한국에 출간된 번역본이 8종이나 된다. 한국에는 주로 2010년대 초반에 많이 소개됐고, 출간 종수를 볼 때 반응도 좋았던 것 같다. 전시를 본 뒤에 한 권을 구해서 읽기 시작했는데 위의 문구가 나온다. 예전에 나온 기사들을 봐도 그렇고, 건축가의 메시지가 시종일관 고르다.

○ 한국에서 여러 권의 책을 내고 강연도 했는데, 자신의 작업 세계를 선보이는 건 처음이라고 한다. 그런 자리인데, 40여 년에 걸쳐 심지 굳게 쌓아온 세계를 작은 한옥에서 펼친 것도 그답다. 일부러 시간을 들여 천천히 봐야 할 전시다. 그의 말대로 새로울 건 없지만 점점 보기 드문 세계다.
○ 전시는 11월 16일까지. 전시장 내부는 촬영할 수 없다.
* 나카무라 요시후미 저 · 이서연 역, 《집을, 짓다》, 사이, 2012, p.24

○ 레밍하우스 홈페이지와 이번 전시 소개 웹페이지. 단정하고 꼼꼼하게 잘 만들었다.
○ 전시가 열린 양유당이라는 한옥은 구가도시건축이 개보수 설계를 맡은 곳인데, 이곳과 나카무라 요시후미는 오래전부터 교류해 온 듯하다. 며칠 전에 리뷰를 적었는데, 가까운 곳에서 11일까지 열리는 구가도시건축의 전시도 함께 보면 좋을 듯. 많은 면에서 닮았는데, 조금 결이 다른 부분도 있다.
○ 나카무라 요시후미가 궁금하다면 시사인의 2017년 인터뷰 기사를 읽어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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