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우성
- 갤러리현대
- 2026.3.18~4.26
● 이 작가는 의뭉스럽고 능청스러운 구석이 있다. 예를 들면, 별 의미도 없는 것 같은데 척척 붙여 놓은 작품 제목이 그렇고, 밀도 있는 화면 한구석에 슬쩍 흘려 놓은 블랙 유머의 흔적이 그렇다.
● <너에게 물으면 알 수 있을까>라는 제목의 작품이 두 점 있다. 두 그림 사이에는 연관성이나 공통점이 없어 보이는데, 나름대로 둘 다 제목과 잘 어울린다. 이런 식이다.
● 2010년대부터 작가의 개인전과 단체전을 서너 차례 봐 왔는데, 이번 전시작에서는 조형적인 완성도를 높이는 데 공을 많이 들였다는 인상을 받았다. 작가는 군상, 인물, 정물, 풍경 등 전시마다 조금씩 초점을 달리한 작품들을 선보였고, 이번 전시작은 풍경 중심으로 구성했다.




● 그림의 소재를 주변 인물이나 일상, 여행지의 풍경에서 찾는다. 작가가 관찰한 세계의 단면을 평면 회화로 재현한다는 점에서 대중에게는 스테레오 타입으로 각인된 미술가 상을 따라가는 셈이다. 철 지난 것으로 인식되는 구상주의, 사실주의 화풍을 베이스로 한 작품이 많다.
● 그러나 이 같은 표면적인 특성은 작가가 자신을 차별화하고 당대성을 획득해 가는 출발점이다. 작가의 그림이 어떻다고 간단하게 규정하기가 어렵다. 전 근대 전통 회화, 민중 미술과 같은 지난 시대 조형 전통의 요소, 평면적인 디지털 이미지 등이 한 화면에 자연스럽게 혼재되어 있다. 기본적으로 드로잉을 잘하고, 의도한 대로 특정한 분위기의 세계를 구현하는 연출력이 뛰어나다.
● 작품 제목이든, 작가 코멘트든 언어적인 요소도 연출의 재료로 솜씨 좋게 쓰는데, 잘 연출된 이미지가 일상어 문장으로 된 제목과 함께 강한 정서적 반응을 불러일으켜 알레고리로 가득 찬 그림책을 보는 것 같은 경험을 제공한다.
● 얼마 전 정말 오랜만에 서울옥션과 케이옥션 경매작 프리뷰 전시를 보고 왔는데 유통되는 작품이나 작가군이 십 년 전과 크게 달라 보이지 않았다. 개별 작품 차원을 넘어 자신이 선보일 수 있는 세계를 연출할 능력이 있는 작가라면 미술 시장에도 의미 있는 파장을 일으킬 수 있을 터, 돈도 더 많이 버시고, 앞으로도 재미있는 전시 많이 열어 주시길.
● 전시는 4월 26일까지. 이번 주가 마지막이다.




*전시 정보는 갤러리현대 인스타그램(@galleryhyund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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