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물하이킹 2

마카오의 풍경

입면이 평평한 한국 아파트와는 달리 마카오의 아파트에는 수많은 창문과 발코니가 전자 기기의 버튼처럼 돌출되어 있다. 이들의 모양도 제각각이다. 반원과 타원형을 기본 모티브로 삼아 변주된 형태가 다양하다. 적어도 20년은 넘긴 듯한 건물이 대부분이다. 건물마다 빈틈없이 들어찬 창문에서 최대한 세대 수를 늘리고자 한 의지가 보인다. 마카오의 인구 밀도는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한다. 밖에서 봐도 좁은 집에서 사람과 세간이 복작대는 일상이 그려진다. 건물 입면이 햇빛을 받으면 입체적인 구조 때문에 여기저기에서 그림자와 반사광이 피어난다. 혼란스럽고 아름답다. 일정 탓에 마카오 반도에 위치한 유적은 거의 둘러보지 못했다. 오전에 세나도 광장 인근과 세인트폴 성당 정도만 구경했는데, 여행 기간이 중국 국..

유물 하이킹 2025.02.10

세운상가, 신기루는 사라지고

마음먹고 북쪽에서 남쪽으로, 공중 보행로를 따라 걸으면서 세운상가(정확히는 청계상가, 대림상가, 진양상가 등을 포괄하는 세운상가군)를 둘러보기로 했다. 늦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날이었다.   건물 측면에 설치된 공중 보행로를 걷다 건물 안으로 이어진 통로를 따라 저층부의 상점가로 들어선다. 오밀조밀 모인 상점들을 지나 건물의 남쪽 끝까지 가 계단을 오른다. 예전에는 주거 공간이었으나 지금은 주로 사무실로 쓰이는 상층부의 아파트 구역으로 진입해 다시 건물의 북쪽 끝까지 걸으며 중정 공간을 지난다. 다시 남쪽으로 방향을 틀어 걷다가 계단을 내려와 공중 보행로로 돌아온다. 계속 걸으며 같은 여정을 반복한다.   멀리서 보면 세운상가는 각진 기차와 같은 모양이다. 다양한 크기의 직육면체 블록을 쌓아 만든 것 같은..

유물 하이킹 2024.1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