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 덥다. 더위가 절정으로 향하는 계절인데 해가 뜬 시간을 피하지 못했다. 종로 거리에서 바라보면 종묘로 향하는 길은 물줄기처럼 부드럽게 휘어 있다. 사정없이 파고드는 햇살을 피해 저벅저벅 곡선을 걸어 다가간다. 번잡한 종로의 공기를 뒤로 하고 외대문(外大門)을 지나 경내로 들어선다. 왕과 세자, 신(神)이 가는 길이 따로 있다. 고민하다 아무런 함의가 없는 흙바닥을 밟는다. 나무, 새 소리, 가벼운 바람, 길을 따라 트인 시야, 많지도 적지도 않은 사람들, 분주히 행선지를 찾는 관광객의 시선. 아직 일상의 열기를 떨구지 못했는데 다른 세계로 훅 떠밀려 들어온 기분이다. 2024년 8월 현재 보수 공사를 하고 있어 온전히 그 모습을 볼 수 없지만, 정전(正殿)의 정면을 마주하는 일은 한국 유물의 조..